그래 넌 여전히 내게 키스하지, 그게 뺨일 뿐.
그래 여전히 내게 키스하지, 그게 뺨일 뿐.
그래 여전히 넌 가끔 내게 키스하지,
그게 뺨일 뿐.
그러곤 금방 몸을 떼지.

그래 난 여전히 네게 전화해, 자동응답기가 받지만.
그래 여전히 네게 전화해, 자동응답기가 받지만.
운이 좋으면 말이야, 네 룸메이트가 받지.
넌 바에 있거나
식당에 있고.

우린 저녁 식사도 하지, 네가 내 손을 잡진 않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지, 발로 서로 희롱하진 않지만.
그래 여전히 우린 가끔 저녁 식사를 하지,
웨이트리스가 돌아선 순간
몰래 키스를 하진 않지만.

우린 여전히 영화를 보지, 한 좌석에 앉진 않지만.
우린 여전히 영화를 빌려 보지, 한 소파에 앉진 않지만.
그래 여전히 우린 가끔 영화를 보지,
네가 내 무릎에 눕진 않지만.
전개가 느리니 한숨 자자.

심지어 넌 머물고 가기도 하지, 둘 다 옷을 입은 채이긴 하지만.
그래 심지어 넌 자고 가기도 하지, 이제 둘 다 옷을 입은 채긴 하지만.
그래 여전히 넌 가끔 자고 가지,
둘 다 옷을 입은 채이긴 하지만.
난 네가 외롭지 않도록 옆에 있을 뿐이야.

네가 말했지, 내가 네게 상처를 줬다고, 천사 같은 목소리로.
그래 네가 말했어, 내가 상처를 줬다고, 네 목소린 천사 같았어.
그래 내가 가끔 네게 상처를 줬을지도 몰라.
한번 분명히 비교해보자.
셔츠를 걷어봐 - 넌 아무 흉터도 없잖아.

너의 진실은 그저 네 거짓말들의 망령일 거야.
네가 즐겨 말하던 진실은 네 거짓말의 망령일 뿐이라고.
네가 말하던 진실이란, 자기야,
네 거짓말들의 망령에 불과하다고.
난 줄곧 그걸 간파하고 있었어.

그래서, 위스키를 따르고 있다, 취해보려고.
그래 위스키를 입에 붓고 있다
진짜 존나 취할 거야
지금 위스키를 붓고 있다고

지독하게 취한 나머지
필름이 끊겨
깨어날 때쯤엔 네 얼굴을 잊을 수 있게.



-Bright Eyes, It's Cool, We Can Still Be Friends, Noise Floor (Rarities 1998-2005), 2006, D.5(#18).



B-사이드 앨범의 초판 LP판 혹은 일본판에만 들어 있는 보너스트랙. 지금껏 올렸던 그의 곡들과 달리, 은유나 상징 없이 단순하게 찌질한 곡. "너의 진실은..." 부분만이 유일하게 '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 가사는 송미닝스(새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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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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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발소리를 따라간다... 울림은 홀을 내려가 방으로 향한다. 음악이 흐르고 있다 - 움직이는 부품들과 작은 종. 이곳의 그림자는 사물을 추하게 보이게 한다, 정말 달갑지 않게. 선명한 노란 햇빛은 벽을 따라 나는 담쟁이덩굴처럼 퍼져가, 채색한 자기 인형, 작은 발레리나 인형에 닿는다. 인형이 회전하며 다시 피루엣을 하자, 세상은 갑자기 작게 느껴진다.

황백색을 띤 여린 아침, 넌 앞좌석에서 다리를 뻗었어. 도로는 우리 목소리가 있던 공간을 진공으로 만들어주었지. 그리고 네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고, 펑펑 눈물을 흘렸어. 그래 난, 이렇게 운전하며 앞으로 십 분만 존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됐어. 도로 경계에 줄지은 나무들도 기뻐하며 생기를 띠겠지.

곧 모든 것에서 느끼던 기쁨들이 네 눈에 홍수를 이룰 거야, 네가 마침내 이해했기 때문이지, 네게 작별 인사를 보내는 손의 움직임을.



-Bright Eyes, The Movement Of A Hand, Fevers and Mirrors, 2000, #5.





1절은 화자가 여자의 (아마도 암울한) 유년 시절을 묘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여자가 코너 오버스트와 한때 사귀었다는 소문이 있는 마리아 테일러(애주어 레이)를 가리킨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마리아 테일러는 원래 발레 댄서였고 16세쯤 음악을 시작했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는 유령처럼 피부가 희고 "채색한 자기 인형, 작은 발레리나 인형"이라고 부를 법도 하다.

-송미닝스의 이 곡 코멘트 중에서


2절은 내게 [생의 한가운데]를 떠올리게 한다. 함께 있기에, 이후의 삶을 내던져도 좋을 10분. 그러나 그 순간은 지나가고, 화자와 여자는 헤어져야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리고 나는 우리가 달려가던 시골을 뒤덮고 있던 광선, 늦가을의 갈색과 보랏빛이 섞인 광선, 이 달콤하고 죽음에 중독돼 있는 광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행복했다. 이 시간, 이 한 시간 동안은 행복했다. 그리고 갑자기 미친 듯한 멋있는 유혹이 나를 엄습해 왔다. 왜 우리는 이 시간에 둘이 다 기쁨에 충만하여 딴 생각은 없이 행복할 때 살기를 그칠 수 없는 것일까? 이날처럼 조화된 날은 다시는 안 올 것이고 매일은 다만 손실에 불과한 것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여자에게는 다만 선량하고 좀 거북한 친구에 불과한 것이다.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천천히 갔다. 광선은 창백해지고 시간은 지나가고 말았다.

-루이제 린저(전혜린 역), [생의 한가운데], 문예출판사, 1998년, 94쪽.


제목과 마지막 구절의 hand는 손뿐 아니라 시계 바늘의 의미도 있다. 만약 시계 바늘의 의미로 본다면 성장통을 다룬 가사로 읽을 수도 있다.



Posted by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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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 있기를!” 그는 외쳤다. 그러고는 이웃 마고의 집으로 달려갔다.
“난 떠나요.” 그가 말했다.
“어디로요?” 마고가 물었다.
“2주 먼 곳으로요.” 미첼이 말했다.
“그게 어딘데요?” 마고가 물었다.
“어디든 내가 2주 동안 걸어간 곳이죠.” 미첼이 말했다. “한곳에서 너무 오래 살았어요. 이제 다른 곳으로 갈 때예요.”
“아니에요!” 마고가 말했다. “당신은 옆집에서 50년밖에 살지 않았어요.”
“60년이죠.” 미첼이 말했다.
“50년이든 60년이든, 뭐가 중요한가요?” 마고가 말했다. “당신이 옆집에서 영원히 살길 바라요.”
“그럴 수 없어요.” 미첼이 말했다. “늘 똑같은 침대에서 잠을 깨고 늘 똑같은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싶지 않아요. 내 집 모든 방이 지긋지긋해요. 너무 오래 여기서 살았으니까요.”

당신은 물렛가락을 돌린다. 이제 훨씬 편안해지지만, 당신은 알지 못한다, 그 새로운 휴식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나는 당신의 목걸이 로켓을 움켜쥔다, 그 안에 걸린 사진과 당신이 말하려 하지 않는 비밀과 함께, 허나 그것이 당신의 목을 조르도록 내버려둔 채. 이제 우리는 어둠을 상상한다. 너무나 밝은 열기 속에 모든 형태가 분열하고 고체는 빛으로 변하는 어둠을. 그래 좋아, 내가 당신에게 원하는 대로 해서는 안 돼. 내가 그러듯 자신을 비하하지는 마. 당신에겐 필요 없으니까,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 쓰는 쓰레기들이.

“나를 볼 때에도 늘 똑같은 얼굴, 늘 똑같은 꼬리, 늘 똑같은 비늘, 늘 똑같은 걸음걸이, 늘 똑같은 이야기, 늘 똑같은 마고라고 생각하겠군요.”
“아니요.” 미첼이 말했다. “나는 당신의 얼굴, 꼬리, 비늘, 걸음걸이, 이야기를 좋아해요. 난 당신을 좋아해요.”
“난 당신을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해요.”
“나도 당신을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해요.” 미첼이 말했다.
그는 문으로 걸어갔다. “짐을 싸야겠어요.” 그가 말했다.

피아노들의 바다 근처에, 코드의 파도가 쳐, 한 번의 크고 무의미한 울부짖음을 남기고 부서지곤 했다. 그리고 물을 나르는 소녀들이 있었다. 꿈처럼 소녀들은 내 머릿속의 열기를 식히고 내 타는 목을 진정시키려 다가왔다. 그리고 내게 목걸이를 만들어주었다, 땀의 구슬들을 내 회한의 실로 엮은 목걸이를, 그것을 내 목에 걸어주고는 노래 불렀다. “자신이 원했던 대로 해서는 안 돼요. 그래요, 겁쟁이들이 그러듯 자신을 파괴하지 마요… 아마도 태양이 또 떠오를 거예요. 태양도 익숙해졌거든요, 당신이란 사람, 그리고 당신의 끊임없는 증명요구에.”



Bright Eyes - A Spindle, A Darkness, A Fever, And A Necklace, Fevers and Mirrors, 2000, #2.

인용문은 Marjorie Weinman Sharmat - [Mitchell Is Moving](구글북스, 새창)이라는 동화책이다. 이 곡을 듣고 많은 사람이 "브라이언 오코너는 천재다!"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물론 미국에서. 묘하게 좋은 곡이다.


Posted by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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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는 시작이란 게 없어. 책장은 모래로 무너져 내리고, 우리가 배웠던 그리고 번갈아 잊어버린 언어를 다시 한 번 익힌다. 쓰레기 같은 티브이 화면에 비치는 쇼킹한 한 장면 같은 거지. 노이즈 낀 화면을 찡그리고 보면 의미를 읽어낼 수도 있어. 선명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테나를 계속 늘여놓도록 해. 우리는 전파를 잡아야 해, 하늘의 메시지여,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 알려줘. 내일이 어떻게 될지 난 알 수 없으니까. 그러니 여러 가능성으로 충만한 셈이기도 하지. 내가 아는 거라곤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나아진다는 것뿐. 홀가분해지는 기분이야, 내 목소리가 커지는걸!

그러니 마이클, 녹음 테이프를 계속 돌려줘. 친구들, 우리 기타를 계속 치자. 우리의 실패를 기록으로 남겨야 해. 그래 우리의 사랑을 기록해둬야만 해. 난 침묵 속에 너무 오래 잠겨 있었어. 고통 속에서 너무 자라버리고 말았어. 인간의 허물을 벗고, 거듭나는 일, 그건 알을 부수고 나오며 시작되는 거야. 그러니 친구들아 우리가 함께한 시간에 감사한다. 내 사랑은 햇빛과 공기처럼 너희 곁에 머물 거야. 오, 여기서 계속 지낼 수 있다면 나도 정말 좋겠어, 허나 내 은총이 날 뒤덮고 있어. 나는 곧 사라지리라.

이건 영화가 아냐, 시사회도 아니고. 이런 역할극, 그래 난 이걸 삶이라고 불러. 그건 분수* 같은 거야, 문이 열렸어. 이 문제에는 답이 없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밖에.

그래 난 낙엽을 이해하게 됐어. 나 자신의 육신에서 그들과 같은 운명을 보았어. 하지만 이 꿈에서 깨어나 나를 낳아준 곳으로 돌아갈 때 난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이야기는 계속되고 계속되고 또 계속된다…….


*cf. Nozick, Robert, Philosophical Explanations, The Belknap Press of Harvard University, 1981, pp. 571-574. 구글 북스(새창)



Bright Eyes - Method Acting,
Lifted or The Story Is In The Soil, Keep Your Ear To The Ground, 2002, #2.


브라이트 아이즈 최고의 앨범 중에서 단연 최고의 트랙. 제목은 메소드 연기(영문 위키백과, 새창)이지만, 전반적으로도 그렇듯, 본문에서는 그냥 '역할극'으로 의역했다. 사실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한)다.

오버하자면, 개인(내러티브) 정체성, 외재적 초월(참고로 노직은 내재적 초월을 주장했다), 유한성의 인식, 윤회전생-_- 뭐 이딴 것들이 섞여 있는 가사. 물론 그런 걸 떠나 일단 노래가 좋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소절은 '마이클, 녹음 테이프를 계속 돌려줘'와 '그래 난 낙엽을 이해하게 됐어' 부분이다. 뭔가 쥰내 있어 보임.

전에 세상의 중심(새창)이란 곡도 번역한 적이 있는데, 이것도 좋다. 다음 주에도 브라이트 아이즈 곡 번역 예정.


Posted by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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