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rsive'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9.21 우리 안으로(Into the Fold)
  2. 2014.07.01 유목 이야기(Driftwood: A Fairy Tale)


목자: 내가 항상 정직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몹쓸 짓을 했다곤 할 수 없지. 그 여자애는 그저 아이였어. 배울 게 많았고, 난 도우려 했던 거야.

넌 기만을 감추고 있어.* 그 애를 놓아주지 않을 거잖아. 부적절한 일임을 알면서도 ― 허나 그 머릿결이며... 도자기 같은 피부. 단순한 육욕이 아니라고 넌 맹세하지. 우리 안으로.** 그녀가 네 속내를 알았다면. 시골내기를 속여먹을 때 쓰는 그 원시적인 판에 박힌 방법을. 친절한 신사요, 혐오스런 바람둥이여. 넌 행색을 바꿨다고 가장하지만, 우린 다 알아, 그래 알고말고. 노예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억누를 수는 없겠어?

목자: 아, 얼마나 사랑스런 소녀들인가, 우리 안으로 인도해야 할 연약한 어린양들이여. 특히 너, 지금껏 가장 달콤한 내 펫이여 ― 너를 내 마음 가장 가까이에 두겠노라. 우리 안으로...

양: 전 학생회관에서 영어 퀴즈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가 와 신축 강당이 어디 있는지 물었죠. 우린 캠퍼스를 오르락내리락 걸어다녔지만, 아무도 그 건물을 몰랐어요. 그는 단과대학을 잘못 알았음을 깨닫고는 당황했고, 시간을 뺏었으니 커피를 사겠다고 했어요. 우린 커피를 마시고 오랫동안 이야길 나눴어요. 그러다 저녁 약속을 잡게 됐고...

목자: 그 여자앤 쉽게 휘둘리는 어린 나이였지. 난 길을 찾는 척했어. 그녀는 날 데리고 캠퍼스 천지를 헤맸고, 그 내내 나는 질문을 던졌어. 그 애는 커피 한잔을 승낙했고 ― 그때부터 난 과장을 늘어놓기 시작했어. 내가 도스토옙스키를 공부했다고 했을 때, 가방엔 그의 책도 있었어.


*시편 91:4에 유사한 표현이 있음.

**요한복음 10:16에서 유래한 관용구.


-Cursive, Into the Fold, Happy Hollow, 2006, #12.

-가사(coverlib.com, 새창)

-Cursive의 다른 노래들 번역(진짜 옛날 번역, 새창)



말하자면 '심리 조종자'를 소재로 한 곡. 한국에선 '신입생 킬러'나 '교회 오빠'가 더 와 닿는 표현이겠다. 자전적인 가사라는 소문(...)도 있다. 그루피 문화를 떠올리면 수긍이 가기도.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데이트 폭력이 암시된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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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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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의 종일 끊임없이 헤엄쳤다.

그러다 갑자기, 수면에 뜬 거대한 동굴로 다가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혹시 저건 섬일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날카롭고 누런 거대한 이빨 두 줄이 보였고,

피노키오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


그는 부루퉁하고 취한 채 침울해져
팔짱을 끼고는 죽음을 바랐다.
그러던 어느 밤 요정이 나타나
이 안된 소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다.
여자는 줄을 잡아당겨 그를 맴돌렸다.
소년은 펄쩍 뛰어올라 외쳤다.
"내 팔, 다리, 심장, 얼굴
전부 살아 있어!"
여자는 울부짖었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넌 연인이 아냐, 난 싸움에 지쳤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래서 그는 여자에게 선물을 사주고 머리에 키스했다
자신이 진짜임을 보이기 위해.
여자는 선물과 키스를 받아들였지만
그저 거짓으로 그러고 있을 뿐이었다.
여자는 나무 소년에 대해 알고 있었다-
공허를 메우기 위한 텅 빈 사랑.
"오, 피노키오야, 네 코가 얼마나 자랐는지 봐!"
그러자 그는 울부짖었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당신에게 증명해 보이겠어!"
하지만 그 순간 코가 자랐고
그는 여자가 지긋지긋해졌다.
여자의 말이 사실이었다.


그는 여자의 아파트를 떠나
밤을 새워 걸었다
해안이 그를 가로막을 때까지.
그러나 그는 계속 걸어갔고
고래와 파도 속에서
절규했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그의 나무 몸은 떠내려갔고,
그는 그저 표류했다.


이젠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궁금해진다...
내 팔, 다리, 심장, 얼굴
내 이름은 유목(流木)이다.



-Cursive, Driftwood: A Fairy Tale, The Ugly Organ, 2003, #7.

-송미닝스 가사(새창)



피노키오 이야기에 대해 도움을 준 안나와 진한에게 감사를.


Posted by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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