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내가 항상 정직했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몹쓸 짓을 했다곤 할 수 없지. 그 여자애는 그저 아이였어. 배울 게 많았고, 난 도우려 했던 거야.

넌 기만을 감추고 있어.* 그 애를 놓아주지 않을 거잖아. 부적절한 일임을 알면서도 ― 허나 그 머릿결이며... 도자기 같은 피부. 단순한 육욕이 아니라고 넌 맹세하지. 우리 안으로.** 그녀가 네 속내를 알았다면. 시골내기를 속여먹을 때 쓰는 그 원시적인 판에 박힌 방법을. 친절한 신사요, 혐오스런 바람둥이여. 넌 행색을 바꿨다고 가장하지만, 우린 다 알아, 그래 알고말고. 노예를 만들고 싶은 욕구를 억누를 수는 없겠어?

목자: 아, 얼마나 사랑스런 소녀들인가, 우리 안으로 인도해야 할 연약한 어린양들이여. 특히 너, 지금껏 가장 달콤한 내 펫이여 ― 너를 내 마음 가장 가까이에 두겠노라. 우리 안으로...

양: 전 학생회관에서 영어 퀴즈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가 와 신축 강당이 어디 있는지 물었죠. 우린 캠퍼스를 오르락내리락 걸어다녔지만, 아무도 그 건물을 몰랐어요. 그는 단과대학을 잘못 알았음을 깨닫고는 당황했고, 시간을 뺏었으니 커피를 사겠다고 했어요. 우린 커피를 마시고 오랫동안 이야길 나눴어요. 그러다 저녁 약속을 잡게 됐고...

목자: 그 여자앤 쉽게 휘둘리는 어린 나이였지. 난 길을 찾는 척했어. 그녀는 날 데리고 캠퍼스 천지를 헤맸고, 그 내내 나는 질문을 던졌어. 그 애는 커피 한잔을 승낙했고 ― 그때부터 난 과장을 늘어놓기 시작했어. 내가 도스토옙스키를 공부했다고 했을 때, 가방엔 그의 책도 있었어.


*시편 91:4에 유사한 표현이 있음.

**요한복음 10:16에서 유래한 관용구.


-Cursive, Into the Fold, Happy Hollow, 2006, #12.

-가사(coverlib.com, 새창)

-Cursive의 다른 노래들 번역(진짜 옛날 번역, 새창)



말하자면 '심리 조종자'를 소재로 한 곡. 한국에선 '신입생 킬러'나 '교회 오빠'가 더 와 닿는 표현이겠다. 자전적인 가사라는 소문(...)도 있다. 그루피 문화를 떠올리면 수긍이 가기도.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데이트 폭력이 암시된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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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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